매일 아침 아이가 "몇 개 남았어?" "다음 뭐 해?" 를 30초마다 묻는데, 답하는 제가 더 지쳐요. 우리 집만 그런 줄 알았는데 아마 아니겠죠. 오늘 할 일을 보드에 올려서 아이가 직접 보게 했더니 묻는 횟수가 확 줄었고요, 후반에 쓴 "한 가지 일을 더 잘게 쪼개는" 사용법이 사실 더 핵심입니다.
아침 7시. 아내는 이미 출근. 저는 둘째까지 합쳐 아이 둘 아침을 혼자 돌리는 담당이에요.
첫째가 방에서 나와 거실 들어오자마자 첫 마디:
"오늘 몇 개 해야 돼?"
둘째는 욕실에서:
"아빠, 다음에 뭐 해?"
제 입은 "지금 하고 있어" "다음은 옷 갈아입어" "몇 개 남았는지는 아직 몰라" 를 30초마다 반복하는 기계가 됩니다.
옷 입으면서 "다음은?", 밥 먹으면서 "다음은?", 양말 신으면서 "몇 개 남았어?". 제가 전날 밤에 "지금 몇 개고 몇 분 남았고" 를 머릿속에 다 짜놓고, 물을 때마다 입으로 출력하는 역할을 맡고 있는 거예요. 이거 진짜, 디게 힘들어요.
힘든 거 잠시 옆에 두고 보면, 아이는 "다음 이거" 라고 말 안 하면 발이 멈춰요.
멍 때리는 게 아니라, 본인 머릿속에서 "내가 지금 아침의 어디쯤 와 있는지" 가 잡혀 있지 않은 느낌.
예를 들어 "이 닦고 옷 갈아입고 밥 먹어" 라고 세 개를 한 번에 말해도, 이 닦는 거 끝나는 그 순간에 뒤의 두 개는 머릿속에서 사라져 있어요. 다음이 안 떠오르는 거죠.
이게 성격이나 의지 문제가 아니라, "오늘 하루의 지도" 가 머릿속에 안 그려져 있어서 라는 게, 아이 둘을 보다 보니 점점 보이더라고요.
지도가 없으니까 매번 부모한테 "다음 칸 어디야?" 라고 물으러 와요. 물어보는 아이를 받는 부모는 지도를 입으로 계속 읽어주는 역할이 되고요.
입으로 지도 읽기, 진짜 비효율적입니다. 적어서 건네주면 되는 거잖아요 ── 이게 Todo 보드라는 앱을 만들기 시작한 이유예요.
구조는 단순합니다.
"이 닦기" "옷 갈아입기" "밥 먹기" "준비물 챙기기" "다녀오기" 같은 식으로, 오늘 할 일을 순서대로 칸에 놓아요. 그렇게 한 장짜리 보드가 만들어집니다.
아이는 아침에 그 보드를 보면서 한 칸씩 진행해요. 끝난 칸은 칠해 두고.
이것만으로 아이가 하는 말이 달라졌어요.
"몇 개 남았어?" → 본인이 보드 보고 남은 칸 직접 셉니다.
"다음 뭐 해?" → 보드의 본인 위치 한 칸 앞을 봐요.
지도가 주머니 안에 있는 사람은, 길을 안 물어요. 그냥 그런 거죠.
일반 할 일 칸들 사이에, 보상 칸 을 1~2 개 끼워둡니다.
"게임 10 분" "초콜릿 한 개" 같은 거요.
이게 있으면 아이가 보는 건 골인 지점이 아니라 "다음 보상 칸" 이 돼요. "3 칸 가면 초콜릿" "5 칸 가면 게임" 이, 골인보다 가깝고 알기 쉽거든요.
"보상으로 낚는 거 좀 그런데" 라고 생각하던 때도 있었는데, 실제로 써보니 이건 낚시가 아니라 쉼터 에 가까워요. 긴 줄에 서 있을 때 "5 미터만 더 가면 앉을 수 있다" 가 보이면 좀 견딜 만한, 그런 느낌입니다.
한 가지 팁이 있는데, 보드의 첫 칸 은 "물 한 컵 마시기" "커튼 열기" 같이 30 초 안에 끝나는 걸로 두는 거예요.
이유는, 막 일어난 아이한테 갑자기 "이 닦기" 부터 시키면 거기서 막혀요. 30 초짜리 칸 하나 넣어두면 "벌써 한 칸 갔다" 가 빨리 와서 말이 움직이기 시작하거든요.
첫 발을 가볍게 해두면 두 번째 칸부터는 굴러가요. 이건 어른 아침도 비슷한 거 같아요, 솔직히.
여기까지는 "하루 할 일을 한 장에 늘어놓기" 얘기였고요. 근데 보드에는 다른 사용법이 하나 더 있어서, 저는 사실 이쪽이 진짜 본판이라고 생각해요. 한 가지 할 일을, 더 작은 칸으로 쪼개기.
예를 들어 "공부해". 이거 말해도 우리 집 아이는 안 움직여요.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, "공부" 라는 칸이 너무 커서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모르는 거죠.
그래서 실제로 뭘 해야 하는지까지 쪼개 봅니다.
"공부해" 라는 한 칸을, 네 칸으로. 그게 다입니다.
안 쪼개고 그냥 "공부해" 로 두면 어떻게 되냐면. 의자에 앉아요, 연필이 없어요, 으아. 겨우 찾아 와서 쓰기 시작해요, 이번엔 지우개가 없어요, 으아. 막히는 게 하나 나올 때마다 일어서서 그대로 안 돌아옵니다. 정신 차려 보면 한 문제도 안 풀려 있어요.
첫 발이 무거운 것도 있지만, 그것보다는 "중간에 막히는 지점" 을 미리 처리해 두는 게 더 잘 들어요. "도구를 다 꺼낸다" 가 자기 칸으로 따로 있으면 앉는 그 순간에 연필도 지우개도 눈앞에 다 있어요. 막힐 싹을, 앉기 전에 잘라 두는 느낌이라고 할까.
이 앱, 표면적으로는 시각화가 간판인데 진짜 의도는 이쪽이에요. 할 일을 더 이상 못 쪼갤 만큼 작게 만들어서, 한 칸씩 처리해 가는 거. "한 문제 풀기" 까지 쪼개고 나면 아이가 하는 건 "공부" 가 아니라 "노트 펴기" 한 가지가 됩니다. 알갱이가 작을수록, 말은 움직여요.
이 앱 키워드 칸에 "시각 지원" "TEACCH" 같은 걸 적어놨는데 전문적인 거처럼 들리잖아요. 그런데 현장에서 하는 건 "눈에 보이는 거" 그게 다 예요.
입으로 "이 닦고, 옷 갈아입고, 밥 먹고, 준비물 챙겨" 라고 말하던 걸, 화면에 늘어놓고 보여주기. 그것뿐이에요.
그것뿐인 차이로 아이 아침 속도가 달라지는 일은 실제로 있고, 우리 집은 그걸로 어찌어찌 굴러가고 있어요. 발달 특성 이름이 붙은 아이든 안 붙은 아이든, 아마 "보이는 거" 에 반응하는 타입이면 들어요.
거꾸로 보여줘도 잘 안 먹히는 타입의 아이도 있긴 해요. 그럴 땐 다른 접근이 필요한 거 같고요 (우리 집에는 자매 앱인 Todo 가챠 도 있어서, 그쪽이 맞는 아이도 있더라고요).
아침에 아이가 "몇 개 남았어?" 라고 묻는 횟수가 줄면, 부모는 꽤 조용하게 보낼 수 있어요.
지도 한 장 건네주면 안 묻고, 재촉 안 해도 되고. 그 정도 차이로 아침 독박이 좀 굴러가는, 그런 작은 얘기입니다.
지도는 하루에도 그릴 수 있고, 한 가지 일 안에도 그릴 수 있어요. 칸의 크기만 바꾸면 같은 보드가 "오늘 하루" 도 되고 "공부 시작하는 5 분" 도 되고. 우리 집은 그런 식으로 쓰고 있어요.